'췌장암'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명적이고 진행이 빠른 췌장 선암(pancreatic adenocarcinoma)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모든 췌장 종양이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덜 알려져 있지만 중요한 유형이 바로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Pancreatic Neuroendocrine Tumor, PNET)입니다. 이는 췌장에서 호르몬을 생성하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형태의 암이며 췌장암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PNET은 췌장암 전체의 약 1~2% 정도를 차지하는 드문 종류이지만, 영상 진단 기술의 발달과 임상의들의 인식 향상으로 발견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췌장 선암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느리고, 양성에서 악성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PNET은 진단, 치료 방법, 그리고 예후 측면에서 일반적인 췌장암과는 상당히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의 원인과 위험 요인, 증상과 진단 방법, 그리고 최신 치료 옵션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PNET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환자와 가족이 보다 명확하고 자신 있게 질병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의 원인과 위험 요인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유전적 및 환경적 요인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외분비 췌장암과는 차별화된 부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위험 요인은 유전적 요인입니다. 특히 다발성 내분비종양 1형(Multiple Endocrine Neoplasia type 1, MEN1) 환자들은 PNET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MEN1 환자는 췌장을 포함한 여러 내분비기관에 종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폰 히펠-린다우병(von Hippel-Lindau disease), 신경섬유종증 1형(Neurofibromatosis type 1), 결절성 경화증(Tuberous Sclerosis Complex) 등이 PNET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40~60세 사이의 연령대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남성에서 약간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흡연, 음주, 식습관과 같은 생활습관 요인이 PNET 발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연구되고 있지만, 그 연관성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대다수 PNET은 특별한 원인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의 증상과 진단
PNET의 진단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매우 다양한 증상 때문입니다. PNET은 크게 기능성(functional)과 비기능성(non-functional)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능성 PNET은 과다한 호르몬을 분비하여 다양한 임상 증상을 유발하는 반면, 비기능성 PNET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종양이 상당히 커질 때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능성 PNET은 분비하는 호르몬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인슐린종(insulinoma)은 과도한 인슐린 분비로 저혈당을 일으켜 혼란, 의식 저하, 심한 경우에는 실신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스트린종(gastrinoma)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반복적이고 심각한 소화성 궤양을 유발합니다. 이외에도 글루카곤종, 소마토스타틴종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며, 각각 설사, 홍조, 체중 감소 등 특정 증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비기능성 PNET은 복통, 체중 감소, 복부 종괴 촉지, 또는 종양이 담관을 압박할 경우 황달과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늦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고, CT, MRI, 그리고 Ga-68 DOTATATE PET-CT와 같은 특수 영상 검사를 시행합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 생검을 통해 세포 형태를 분석하고, 종양의 등급(grade)과 증식지수(Ki-67)를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의 치료 방법
PNET의 치료는 종양의 크기, 위치, 기능성 여부, 악성도, 전이 여부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다행히 PNET은 일반적인 췌장 선암에 비해 치료 옵션이 다양하고, 치료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국소성 PNET의 경우, 수술적 절제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종양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종양만을 절제하는 국소 절제술(enucleation)이나, 췌장 두부에 위치한 경우 휘플 수술(pancreaticoduodenectomy), 췌장 체부나 미부에 위치한 경우 원위부 췌장 절제술(distal pancreatectomy)이 시행될 수 있습니다.
전이성 또는 고등급 PNET 환자의 경우에는 다양한 전신치료가 적용됩니다. 표적 치료제인 에버롤리무스(everolimus, mTOR 억제제)와 수니티닙(sunitinib,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은 종양 진행을 억제하는 데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선 치료(PRRT)는 특히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 종양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능성 PNET 환자에서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인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나 란레오타이드(lanreotide)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항암화학요법은 고등급이나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에 선택적으로 사용됩니다.
환자의 상태와 종양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수적이며, 전문 다학제팀의 협진이 치료 성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은 드물고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이는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특히 표적 치료제와 정밀 의료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간헐적인 저혈당, 지속적인 복통, 설명되지 않는 소화기 증상 등이 지속될 경우, 조기에 전문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은 치료 가능성과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 진단은 충격적일 수 있지만, 과거에 비해 다양한 치료 옵션이 존재하며, 새로운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환자들이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PNET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은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